빌립보서묵상04 | 1:22~25
순종은 내 유익보다 주님의 유익을 구하는 것입니다.
명견과 잡종견의 차이를 아십니까?
우리는 보통 명견을 구분할 때 근사한 외모나 가문(?)을 봅니다.
생김새로, 품종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그러나 진짜 명견과 잡종견의 차이를 알아보려면,
배고플 때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듯 개들도 먹을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죠.
더군다나 배가 고프다면 그 정도는 더 심하죠.
사료를 놓기 무섭게 달려와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명견이라 칭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달려오는 개 앞에서 주인이 한마디만 해보면 됩니다.
"멈춰!"
식탁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그때, 절대로 길게 기도하면 안 됩니다.
특별히 배가 몹시 고플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식사기도에서 세계일주를 하는 분들이 계시죠.
더 나아가 유엔사무총장을 꿈꾸는 분도 계시고요.
세계 각국의 분쟁에서 인류의 평화까지 두루섭렵하십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그런다면 큰 원망을 들으실지도 모릅니다.
먹을 것을 앞에 놓고 잠시 멈추는 일은 어렵습니다.
인간이 이럴진대 하물며 개는 어떻겠습니까?
그 순간의 고통, 자신의 필요를 참을 줄 아는 개가 있습니다.
그 개를 우리는 명견이라고 부르죠.
저는 몽골에서 양을 잡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정말 양이 순하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왜냐하면 그렇게 죽는 가운데도 도망칠 몸부림은커녕
찍소리 한번 하지 않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양이 순종의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은 목자를 잘 따릅니다.
언제나 무리지어 다니면서 앞에 가는 양을 뒤쫓아 따라옵니다.
그래서 목자는 보통 양의 앞에 서서 앞서가게 되죠.
그래도 양을 잃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처럼 양은 잘 따라오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양이 진짜 순종적인 동물일까요?
평상시에는 알 수 없는 양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양이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의 행동이죠.
양은 눈이 안 좋은 반면 후각은 발달한 편입니다.
그래서 물 냄새를 맡으면 목자고 뭐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습성이 있죠.
간혹 양이 먹지 못할 물들이 고여 있는 곳이 있답니다.
목자가 모르고 그곳에 가까운 길로 인도하면
어김없이 양들은 그곳으로 달려가고 말죠.
목자가 소리치고, 막아도 이미 그 길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몰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순종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은 평상시에 드러나는 것도 아니죠.
순종은 나의 본능 앞에서 순종할 대상의 이야기를 따르는 것입니다.
내 끓어오르는 본능을 잠시 멈추고 말이죠.
삶이 참 어렵습니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사는 삶이 참 어렵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서 하늘의 법칙으로 사는 삶도 힘들지만
같은 성경, 같은 교회, 같은 교리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해석과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차라리 교권의 대세를 따르고, 전통을 따라
아무런 고민 없이 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느 때는 심지어 주님을 뵙는 것이 더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날이 곧 올테니 말이죠.
그래도 나의 편함보다, 나의 필요보다 하나님의 필요가
앞서야 하는 삶이 제자의 삶이고, 순종의 삶 아니겠습니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의 유익이 아닌 그분의 유익이 드러나는 삶이
순종의 삶 아니겠습니까?
주님의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능력이 부족하고, 연약함이 발목을 잡아 어디를 보아도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반면교사든, 정면교사든,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주님의 유익이 있다면
짓밟혀도, 갇혀도,
어떤 보상이나 위로가 없어도,
손가락질과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도,
그것만으로 나의 삶이 가치있다고 여기며
꾸역꾸역 이 삶을 살아야겠죠.
“주님,
더 나은 삶을 바라지만
그래도 이 삶으로 주님의 유익이 드러난다면
이 삶에 만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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