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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빌립보서묵상

믿음은 공백기에 발현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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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립보서묵상1 | 빌1:1~7

믿음은 공백기에 발현되는 힘입니다.




저는 1992년에 아내를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데요.

벌써 23년이 되었네요.

기도주간을 빼면 20년간 거의 매일을 아내와 함께 했습니다.

신혼 초 3년간을 제외하면 말이죠.

 

아내와의 연애기간은 짧았습니다.

10개월 남짓의 연애기간을 거쳐 그해 12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한 다음해 초,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아내는 시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지방의 병원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사역을 해야 했던 저는 졸지에 3개월 정도를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했죠.

아버지가 회복되시자 이번에는 제가 미국에 가야했습니다.

미국 감리교선교본부에서 지원하는 선교사 훈련을 받기 위해서였죠.

신혼 초, 3년간 저희 부부는 거의 2년이 가까운 시간을 따로 보냈습니다.

10개월 연애해서 어렵게 결혼했는데 2년 가까이 떨어져 있어야 했던 거죠.

그것도 신혼 초에 말입니다.

참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저는 10년 가까이 혼자 살았기 때문에 혼자가 익숙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오히려 혼자인 것이 어색하고, 허전하고, 텅빈 마음이 몰려왔어요.

그 공백은 상상이상의 것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간절히 원하던 일을 이룬 이후에 허전함과 우울함에 사로잡히게 될 때가 있습니다.

공허함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갈멜산에서 바알신의 선지자 850명에게 큰 승리를 거둔 후 엘리야가 겪었던 대 침체 같은 것이 우리에게 늘 존재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허전한 객석을 바라볼 때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부흥 후의 침체가 언제나 도사리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희 부부에게 있었던 신혼의 그 공백기는 참 은혜였습니다.

그 공백기가 나로하여금 연애기간동안에는 단 한 차례도 보낸 적이 없는 연애편지를 쓰게 만들더라구요.

그것도 매일 말이죠.

게다가 서로에 대한 애뜻함과 기도와 간구와 간절함을 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간절함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으나 오히려 마음은 불타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허전함은 우리의 영을 우울과 침체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허전함을 간절함으로 바꾸면 오히려 우리의 영은 소생합니다.

허전함을 간절함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믿음입니다.

로뎀나무 아래서 공백의 허전함 속에 빠진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7,000명이 있음을 알려주셨죠.

엘리야는 그 말씀을 믿고 일어납니다.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간절함이 되듯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용기를 낳듯이,

도와주신다는 믿음이 내 무릎을 세우듯이,

허전하고, 공허한 그 때, 나의 믿음이 발현되어야 하죠.

 

빌립보서는 기쁨의 서신이라고 불립니다.

이 짧은 서신에 기쁨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사용되죠.

전체적으로 바울은 빌립보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기쁨의 능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 바울의 상태는 어땠을까요?

감정적으로나 상황적으로 기뻐할 상태였을까요?

아시는 바와 같이 빌립보에 보낸 바울의 편지는 옥중서신이라고 불립니다.

감옥에서 보낸 편지란 뜻이죠.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바울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자유로이 할 수도 없죠.

그때가 바울에겐 삶의 공백기인 셈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주의 일을 하다가 당하는 고난 가운데 닥치는 낭패감이 몰아치는 시기입니다.

놀라운 기적 뒤에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으로 로뎀나무 아래서 울던 엘리야처럼,

어쩌면 바울은 지금 가장 공허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과의 공백기를 맞을 수 있는 시간이죠.

 

우리들도 주님의 뜻을 따라 살다보면 이런 경우를 당합니다.

주님의 방식은 이 땅에서 늘 많은 방해를 받고, 환영받지 못합니다.

주께 배운 사랑은 언제나 뒤통수를 맞고, 주가 보이신 겸손은 언제나 무시로 돌아옵니다.

주님의 단창을 들었지만 나의 삶은 조금도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야 할 일들만 쌓여가고, 아픔만 늘어갑니다.

이럴 때 영적 우울과 허무함이 몰려오죠.

 

바울은 이때가 믿음이 필요한 시기임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허무와 공허를 간절함과 기대로 바꿀 믿음 말입니다.

 

선한 일을 여러분 가운데서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서 기쁨을 찾으십니까?

나의 기쁨은 돈이나, 명예나, 편안한 삶에서 주어지지 않습니다.

나의 기쁨은 나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주어집니다.

미국에서 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맞아줄 아내가 있음을 생각할 때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있는 것처럼,

그 때문에 하루하루가 감사했던 것처럼,

그 때문에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것처럼,

주를 향한 믿음이 나의 인생을 기쁘게 만듭니다.

 

지금 홀로인 듯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품어온 믿음이 발현될 때입니다.

허무해서 쓰러짐, ‘간절함으로 기다리는 것의 차이는 믿음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이 당신을 통해 일하실 것이 기대되십니까?

예수의 날에 완성될 나의 삶이 기대되십니까?

우리가 기뻐하는 것은 바로 그날을 기대하는 믿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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