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0.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 8:1b~2a 열두 제자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그리고 악령과 질병에서 고침을 받은 몇몇 여자들도 동행하였는데,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주님이 주신 귀한 기회를 아름답게 선용하고 거룩하게 만드는 여러분들을 축복합니다.
지금 예수님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선포는 권력자들이나 지도자들을 더욱 긴장시켰을 것으로 보이죠. 그분의 말씀은 너무도 당연하고 기초적인데,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그것이 그동안 쌓여온 가진 자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민중봉기가 일어났었죠. 그때마다 그 봉기는 몇몇의 과격분자에 의한 테러로 규정되고 제압되었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이 민중봉기라는 것이 간단해요. 노예도 인간답게 살자는 것이고요. 자신의 신념과 신앙대로 살자는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권리 주장이었죠. 이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죠. 근래 멀지 않은 시기의 어느 정치 지도자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는데요. 그 구호는 좌익 사상에 물든 급진주의자의 주장으로 매도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선포는 너무도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죠.
그 와중에 본문은 열두 제자들이 예수와 동행했다는 기록을 1절 말미에 담습니다. 물론 핵심 제자들을 세우셨으니 그들이 함께하는 것은 당연했겠죠? 그러나 이 기록은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그 의도는 2절에 들어서 모습을 드러내죠. 열두 제자와 동시에 다른 제자들도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된 것이죠.
그런데 그 다른 제자들이 특이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여자'였기 때문이에요. 아시다시피 당시는 여자들이 대접받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여성은 소외되고 억압받는 인권의 대명사였죠. 그런데 그런 이들이 제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지금 이 성경을 읽는 우리들에게는 사실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만약 당시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었다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 틀림없어요. 여자는 사람의 수를 세는데도 끼지 못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대목에서 여자 제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미 하나님의 나라는 잘못된 것들이 바로잡아지고, 왜곡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나라라고 말씀드렸죠? 죄로 물든 인격이 주님의 영광으로 새롭게 되는 나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인식도 거듭나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모든 생명은 귀합니다. 여자든 남자든,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또는 장애가 있든지 없든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은 똑같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편견 없이 동등하게, 악인이나 의인이나 상관치 않으시고 모두를 사랑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이는 우리에게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의 이유이기도 하죠.
이제는 잊혀진 단어이긴 하지만 이런 말이 있죠. '여성 상위 시대, 여성이 우대받는 나라' 이런 말들이죠. 이는 그동안 여성들이 받았던 차별을 극복하고 편견을 깨뜨리자는 의미의 말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상당히 개선되었죠. 그런데 하나님 나라는 누구를 우대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 마저도 저는 남성 기득권적 표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누가 누구를 우대합니까? 여성은 남성에게 우대받아야 할 존재는 아니잖아요?
하나님의 나라는 누가 잘되는 나라, 누가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두가 똑같은, 모두가 존중받는, 모두가 나와 같이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아는 나라죠. 남녀평등은 서로 싸워서 쟁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너도 나와 같다.'는 존중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말이죠.
쓰레기를 치운다고 쓰레기 같은 인생이 아닙니다. 서빙을 한다고 내 밑에 존재하는 인생이 아니에요. 그 무엇을 하든, 그 어떤 일을 하든, 모든 생명은 나처럼 소중합니다. 나와 같은 사랑받는 자녀예요. 내가 주님의 사랑을 받고 그분의 은혜 아래 있는 것처럼, 내 곁에 있는 이도 모두 주님이 만드신 주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이웃을 생각할 때,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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