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자들은 모든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들은 모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롬2:1~11)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솜므전투는 세계 전쟁사에 가장 어쩌구니 없고 어리석은 전투로도 유명하다. 영국군과 프랑스군 연합군이 송므강근처에서 독일군에게 무려 150만발의 포탄을 퍼부으면서 시작된 이 전투는 결과적으로는 연합군의 참패로 끝났다. 연합군이 구사한 전략은 일명 ‘탄막포격’으로, 적의 진지를 빗자루로 쓸 듯이 포탄을 퍼부어 무력화시킨 후 지상군이 진격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포탄의 엄호를 받으며 전진하는 전술이었다. 이 전략은 정교한 관측기술과 포탄의 정확성, 그리고 서로의 교신을 위한 통신 기술이 집약된 고도의 전술전략이었다. 그러나 연합군은 참패하고 말았다. 관측기술이나 포탄의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 교신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고난이도의 기술들은 제대로 발휘되었다. 문제는, 그 수많은 포탄을 맞으면 적의 진지가 괴멸할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빗나가 버린 것이다. 독일군의 진지는 멀쩡했다. 그들의 진지는 지하 20m에 위치한 지하벙커였기 때문이다. 이 전투를 많은 이들이 ‘탁상공론의 비극’이라 부른다.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다만 전투현장이 탁상의 예측과 달랐을 뿐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게으른 철학자는 세상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해석만 한다.”고. 세상을 해석만 할 뿐,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철학은 이미 철학이 아니다. 철학이 관념에만 머물러 삶과 맞닿지 않는다면 그 철학은 생명을 잃은 것이다. 솜므전투에서 전략가들의 탁상의 생각은 명확했다. 그리고 그들의 전투기술은 훌륭했고, 빛났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고 맞는 것이었다손 치더라도 전투현장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 된다.
우리의 판단과 비판은 늘 그렇다. 비판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판단이 늘 빗나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판단과 비판 기술은 훌륭하고 또 대부분 맞다. 판단의 명수들은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사실을 꿰뚫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우리의 비판적인 판단들은 언제나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모든 상황을 초토화시킨다. 그러나 그 판단들이 삶의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해도,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아무리 옳은 소리여도 판단은 판단일 뿐이고 비판은 비판일 뿐이다. 판단과 비판이 빛을 발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이론이나 상황이 아닌 생명에 관심이 있으시다. 하나님은 절차나 전통, 권위나 마땅이 있음직한 논리로 다스리지 않으시고 오직 생명에 관심하신다. 그래서 모든 권세 위에 일하시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십자가를 계획하신다. 하나님의 생명 사랑은 모든 이론을 파하신다. 그 생명이 하나님의 영적전투의 현장이기 때문이시다. 그 현장을 위해 하나님은 자신의 권위까지도 파신다. 그 현장을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도 파신다. 비판이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판단이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비판과 판단이 바로 그 현장을 떠나 탁상공론에 머무는 것이 잘못이다. 가룟유다가 주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에게, 차라리 불쌍한 이들을 도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한 언급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아마도 누구나도 그렇게 생각함직하고 또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판단이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시는 현장을 떠나 있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억울할지라도 말이다.
이론을 중시할수록 우리는 외형과 형식에 빠진다. 우리의 신앙이 탁상공론에 머물수록 우리는 시험에 빠진다. 우리의 생각과 말이 현장을 벗어날수록 우리는 자신의 판단의 세계에 빠진다.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 “비관론자들은 모든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들은 모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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