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분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어떤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어, 여러분을 굳세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11절)
로마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가 아닙니다. 바울이 로마서를 쓰기 전 이미 로마교회는 세워져 있었고,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기독교 박해의 대표적인 상징인 로마황제 네로의 박해 대상자들이 바로 이 로마교인들이었습니다. 로마교회는 바울이나 제자들의 직접적인 선교에 의해서 세워진 것이 아닌, 복음을 들은 이름없는 이들이 뿌린 씨앗으로 세워진 자발적인 교회였습니다. 물론 로마로 이주한 유대인들에게서부터 시작되었음이 틀림없지만 로마교회는 로마인들이 주축이 된 교회였습니다.
19세기말 중국선교사였던 존 네비우스는 중국선교정책에 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국선교초기, 선교가 강대국의 힘의 논리와, 동양과는 다른 서양의 문화적 지배논리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국민에 의한 자국민 선교라는 기준으로 선교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즈음 한국에도 선교사들이 활동하며 복음을 전하게 되었는데 초기선교사들 또한 서로 갈라진 교파끼리 선교적 갈등을 겪게 되어, 보다 구체적인 선교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은 1890년, 그들에게는 선교사 선배격인 존 네비우스의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그분을 불러 선교정책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것이 한국 초기 선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네비우스선교정책입니다.
한국교회는 세계 선교역사에 기념비적일만큼 훌륭한 열매였습니다. 선교지인 한국교회로 말미암아 남북으로 갈라져있던 미국의 교단 분열이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만큼 한국에 뿌려진 선교의 씨앗은 아름다웠습니다. 자국민에 의해 교회가 세워지고, 성경이 번역되며, 전도와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얼핏보면 한국교회는 로마교회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수많은 박해도, 초기 기독인들의 순교도, 그러면서도 계속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도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로마교회에 던졌던 바울의 말씀이 한국교회에도 던지시는 도전의 말씀이 되는 것을 봅니다. 이미 교회를 이루고 있는 로마교회에 바울은 가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부흥을 이루고 있는 교회에 가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마음입니다만 바울은 가고 싶은 이유를 오늘 본문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어떤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어, 여러분을 굳세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11절)
로마교회의 부흥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로마교인들의 믿음은 이미 온 세상에 전파(8절)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그들에게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기 원했습니다. 어쩌면 바울의 눈에는 교회가 세워져 있고, 믿음이 뛰어나 순교의 사명을 다하는 로마교회이지만 여전히 연약해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세계선교의 선봉이 되었고, 가장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는 교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견고치 못한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고, 어딜가도 교회를 세우는 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교인의 믿음이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견고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교회가 자랑할 것은 그리스도인의 믿음이 아닙니다. 교회가 자랑할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교회가 자랑할 것은 순교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교회가 자랑할 것은 급속한 성장도, 수많은 교회와 교인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그 복음이 우리의 신령한 은사입니다. 내 안에 있는 복음만이 신령한 능력입니다. 그것을 잃으면 우리의 믿음은 불같이 일어났다가 안개같이 사라지는 신기루 믿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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