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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열왕기상묵상

열왕기상묵상33] 내가 세상에 보여줄 것은 오직 말씀대로만 행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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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보여줄 것은 오직 말씀대로만 행하는 것 뿐입니다.(왕상18:30~39)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들은 유명해지는 것을 원한다는 말이겠죠.
우리들은 자기 이름이 드러나기를 좋아합니다.
이것은 자기의 이름이 전세계에 울려퍼지거나,
혹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실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인정받기 원하고,
자기 한 일들이 박수받기 원하며,
자기 이름이 늘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오래전에 독일 하이델베르그에 가본 적이 있는데요.
그곳에는 하이델베르그 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이기도 하거니와
신학생들에게는 공부하고 싶은 로망의 학교이기도 하죠.
돌아보면서 처음 놀란 것은
하이델베르그 도시나 대학교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도시가 대학이고, 대학이 도시인 거죠.
하이델베르그 전체가 하이델베르그 대학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것 같았어요.
둘러보면서 가장 특이한 것은
학생감옥이라는 곳이 있었던 점이었어요.
대학에서 잘못한 학생들을 재판하고 구금하는 곳이었답니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지만
옛날 독일에서 대학은 치외법권지역이라
대학 자치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사법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이델베르그대학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암튼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는
치욕스럽거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의 장소였을 이 곳은
관광지로 변해있었습니다.
저도 이곳을 관람했는데요.
제가 유독 이곳을 기억하는 이유는
창피한 기억 때문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한 벽면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낙서하지 마세요."
제가 이 경고문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죠?
독일인데요.
그런데 저는 독일어를 배우긴 했지만
그렇게 글을 자유롭게 읽을만큼의 실력은 아닙니다.
제가 그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경고문이 한글로 써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고보니 벽들에는 각종 낙서들이 있었는데요.
제가 읽을 수 있는 낙서들이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관광지의 돌이나 나무에,
까페나 음식점의 벽면에
다른 이들은 결코 알지도 못할 자기 이름을
사람들은 그렇게 써댑니다.

중국속담에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人怕出名猪怕壮)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해지기를 꿈꾸는 마음에는 늘 독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독소를 우리는 "자기의(Self-righteousness)"라고 부릅니다.
시작은 순수하지만 어느 순간 자기 의가 드러나면
우리의 모든 계획은,
비록 그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잠언기자는 그 무엇보다도 마음을 지키라(잠4:23)고 하였습니다.
그 마음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죠.

엘리야를 이제 이스라엘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은 의미로 알던, 그렇지 않던
3년반이 넘는 가뭄의 고통에 중심인물이었기 때문이죠.
더욱이 엘리야는 지금 성경의 인물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강력한 하나님의 이적을 보이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마도 모든 이들은 갈멜산의 기적을 말하면서
엘리야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셨는지
간증하고 싶어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나를 통해 이루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백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나를 통해 이루신 일들을 사람들이 알길 원하죠.
제 안에도 이런 마음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꿈꾸고 살았는지,
어떤 비전이 있었는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또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하나님은 제게
엘리야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비루하고 교만한 바람인지,
그것이 얼마나 자기의에 충실한 꿈인지를 깨닫게 하시네요.

엘리야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는 주님의 종이며 내가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만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하여 주십시오."
그가 알리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얼마나 주님의 말씀대로 사는지...
단지 그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많이 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단지 자신이 얼마나 주님의 말씀대로...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만 사는 것,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만 행하는 것,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불이 떨어지는 것,
놀라운 기적을 보이는 것,
열매를 많이 맺고, 훌륭한 결과를 이루는 것,
그것이 엘리야의 자랑이 아닙니다.
그는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만 행하는 것이 자랑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겸손이겠지요.

제게도 오직 자랑은 하나님 말씀대로 하는 것,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결과가 어떠해도, 주님 말씀대로 했음에 만족하고,
주님 뜻대로 살았음을 기뻐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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