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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빌레몬서묵상

기도는 하나같이 다 뻔뻔합니다

빌레몬서 1:17-25 기도는 하나같이 다 뻔뻔합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용서해 달라는 부탁이죠.
오네시모에게 빚이 있다면
바울 자신이 대신 갚겠다는 언질은 위대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읽기보다는
바울이 왠지 매우 뻔뻔해 보인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17절은 협박에 가깝고,
18절의 진의는 19절에서 뒤집힙니다.
21절은 부탁이 아니라 강압처럼 느껴지고,
22절은 대놓고 요구를 합니다.

이 구절만 놓고 보면
깡패가 삥을 뜯는 협박의 편지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말이죠.
‘나를 친구로 생각해? 그러면 이것 해줘’
‘내가 나중에 갚을께. 그런데 너도 나에게 빚이 있지?’
‘넌 분명히 해 줄거야. 더 많이 해 줄거야. 틀.림.없.이.’
‘나 가니까 호텔 좀 잡아놔!’
이렇게 적어 놓으니까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죠.
마치 바울을 빌레몬에게 뭔가를 맡겨놓은 사람처럼 굽니다.
그것이 바울 자신을 위한 요구라면 말이죠.

요구는 언제나 뻔뻔합니다.
부탁은 언제나 무례하죠.
상대방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 강도와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이 무리한 요구가 정당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울 자신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자꾸 깡패와 비교해서 죄송한데요.
(사실 바울의 요구가 깡패 같지 않습니까?)
바울의 요구가 깡패와 다른 점은 바로 이 지점이죠.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요구 말입니다.
나를 위함이 아닌, 이웃과 공동체를 위함 말이죠.
더 나아가 주님의 나라를 위하는 마음 말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뻔뻔해야 합니다.
마치 하나님 앞에 맡겨놓은 사람처럼 굴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죠.
해달라는 기도가 넘치고,
뻔뻔한 부탁이 줄을 잇는지도 모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뻔뻔하게 주님 앞에 나아가 물고 늘어져야죠.
바울처럼 무리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기도가 깡패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 기도가 강도의 기도가 되어서는 안돼요.
바울의 이 무리한 요구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오네시모를 향한 요구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이 주님의 나라를 향한 요구였기 때문이죠.

기도는 하나같이 다 뻔뻔합니다.
자격도 없는 자들이 하는 무리한 요구들이죠.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 이웃을 향할 때, 이 지역과 사회를 향할 때,
주님의 나라와 뜻을 향할 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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