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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103 -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간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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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5:12~13   예수께서 어떤 동네에 계실 때에, 온몸에 나병이 든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예수를 보고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간청하였다. "주님,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서, 그에게 대시고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하고 말씀하시니, 곧 나병이 그에게서 떠나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명절을 앞둔 한 주간 기대와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이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묵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병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이죠. 나병환자는 주님 앞에 엎드려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보통 우리는 그렇게 어렵게 그 자리와 왔다면 본심을 이야기하게 되어 있거든요. 만일 우리가 나병환자였다면 아마도 그 본심은 낫고자 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주님,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십시오"

 

그런데 나병환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돌려 말했을까요? 그러기에는 나병환자의 입장이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황이 심각하고 앞뒤 가릴 수 없는 그때, 무슨 체면이 있고 무슨 눈치 볼 일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돌려 말하거나 이쁘게 포장해서 말한 것이 아닌, 나병환자의 본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이 말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먼저 나병환자의 말을 좀 톺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낫기를 바랐음에 틀림없어요. 그것은 그의 바람이죠. 그가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는 무엇을 구했을까요? 이게 핵심입니다. 그가 지금 구하고 있는 것은 '주님이 하시길 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 이루어지길 바랐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 되기를 기대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에 예수님께서 응답하시죠.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네가 나를 의지하느냐? 너의 일인데 내 마음대로 하기를 원하느냐? 그럼 너의 믿음대로 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목사의 아들로 자란 저는 어릴 적에 교회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늘 이런 말을 하셨죠. '뭐 먹고 싶어?' '뭐 사 줄까?' 그때마다 저는 '집사님 마음대로..' '권사님 마음대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생각해 보면 그닥 줏대가 없었던 것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권사님이나 집사님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과분하게 이것저것 더 많은 것을 사주시곤 했죠. 이런 어릴 적 일을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제가 대학생쯤 되었을 때 당시 그곳의 집사님께서 할머니가 되어 저의 아버님을 찾아와 그 일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분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어린 제가 고단수였다고요.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내어 맡기니 더 많은 것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알맞은 예는 아니죠. 저처럼 줏대가 없는 것보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것이 훨씬 좋은 성품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 앞에서는 다를지 모릅니다. 나보다 생각이 깊으시고 뜻이 높으시며 판단이 옳으신 그분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죠.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누구보다, 무엇보다 우리의 잘됨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 우리보다 더 크신 분이시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의 바람보다 주님의 바람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나병환자는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그의 마음에는 그 믿음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주님은 나보다 내가 더 잘되기를 바라신다는 믿음이죠. 그 믿음이 오늘의 고백을 만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기도는 어떠신가요? 나의 바람, 나의 원함이 주제이신가요? 아니면 주님이 원하시는 것, 주님이 바라시는 것이 중심이신가요. 이미 하나님은 우리의 원함과 바람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그 원함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죠. 우리의 시간과 주님의 시간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그때 나의 바람이 주가 되는 기도는 원망으로 바뀌기 일쑤죠. 

 

우리의 기도가 나의 바람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간구하는 기도이길 빕니다. 비록 나의 원함과 결이 달라도, 내가 바라는 길과 어긋나도, 이 모든 일들이 주께서 나를 위해 일하심을 믿고 때론 기다리고, 때론 수정하며, 순종하여 나아가는 우리들이길 빕니다. 주님은 반드시 우리를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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