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역자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인물이 있습니다.
엘리야죠.
그를 통해 드러난 이적들은 차고도 넘칩니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아마도 갈멜산 사건이겠죠.
이방 선지자 850명과 대결한 사건은 엘리야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가 봐도 용기와 믿음이 강인한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성경이 그의 이면에 대해서도 잘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 위대한 대결에서 승리한 후, 그가 찾은 곳은 로뎀나무 아래였습니다.
위대한 사역자였지만 그는 한없이 연약한, 그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죽음이 두렵고, 조여 오는 압박이 무섭고, 밀려오는 공포를 피하고 싶은 그저 사람 말이죠.
야고보 기자는 이를 두고 엘리야가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이런 말을 들으면 한없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마치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와 다른 사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죠.
태어날 때부터 무슨 슈퍼맨 같은 강인함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들도 그저 나와 다르지 않은 연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로 용기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또 하나의 엘리야를 봅니다.
예레미야가 그렇습니다.
부름 받아 나섰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늘 쉽지 않습니다.
알고 행하는 길이지만 오해받고, 자신의 뜻이 왜곡되는 경우를 견뎌내기가 어렵죠.
어쩌면 하면 할수록 나의 연약함이 더 드러날지도 몰라요.
어쩌면 주님을 알면 알수록 나의 부족함이 도드라져 보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자괴감에 빠지고, 영적 침체가 올지도 몰라요.
그리스도인이라고 강인한 것은 아닙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왜 그 모양이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있죠.
예수 믿는다고 사람이 신이 되지는 않습니다.
주님을 품었다고 우리의 피가 파래지지 않아요.
예수 믿으나 안 믿으나 연약하기는 매한가지죠.
그러나 우리가 강건해서 주님의 제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연약해도, 그래서 넘어지고 흔들리고 울어도, 그래도 주님을 믿기 때문에 강인한 거예요.
징징거려도 괜찮습니다.
눈물 흘려도 괜찮고, 연약하다고 고백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에 있으면 됩니다.
투정 부려도 괜찮아요.
그래도 꾸역꾸역 하던 일을 붙잡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에요.
멋지고 큰 결과를 내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버텨서 그리스도인이라고요.
마치 온갖 수모와 고통에도 버티고 사는 사람에게만 미래가 있듯이 말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엘리야도 징징거렸어요.
예레미야도 무서워하고, 도망치고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위대한 사명자인 것은,
어렵게 어렵게, 근근이 버티고 견뎠기 때문입니다.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믿음은 버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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